신년사
마음의 눈이 밝은 사람
오래전에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의 작품 촬영 여행에 동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제 예상과는 달리 그들은 달력 그림에 나올 만한 아름다운 경치를 찍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평범한 사물, 이를테면 나뭇가지, 들풀, 작은 나뭇잎 등을 가까이에서 찍었습니다. 한 번에 촬영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오래 기다리면서 태양 광선과 그림자를 최대한 이용해서 대상물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잡아내어 촬영하였습니다.
정말 정성스럽게 몇 번씩 셔터를 눌러 가면서 한 사물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찍어 내는 그들을 보면서 머릿속에서는 많은 생각이 오갔습니다. 사진작가들이 작품 사진 한 장을 얻기 위해서 저렇게 많은 수고와 인내를 감내하는구나 하는 감탄과 함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대하는 사람들에게서 저렇게 최대한 아름다운 모습을 보려고 노력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우리는 그와는 반대로 살아갑니다. 한 사람에게서 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을 먼저 보고서 그 사람을 흉보고 깎아내리기 일쑤입니다.
하얀 A4 용지에 검은 점을 네댓 개 찍어 놓고 보면 검은 점만 눈에 들어옵니다. 검은 점의 면적보다 바탕의 흰색이 훨씬 더 면적이 넓은데도 검은 부분에 주목하면서 마치 그 종이 전체가 얼룩진 것처럼 생각하기 쉽습니다. 우리 각자 주위 사람들을 대할 때 이런 어리석음을 수없이 범하면서 살아가지 않는지요? 좋은 점이 훨씬 더 많은데도 한두 개의 약점과 흠만 보고 그 사람 전체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아닌지요?
어느 책에서 읽고 제 마음에 와 닿았던 내용입니다. “어떤 것에서 곧바로 좋은 점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밝은 마음의 눈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세상에는 좋은 점만 찾으려는 사람도 있고, 나쁜 점만 찾으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좋은 점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수많은 나쁜 점들 가운데서 우연히 발견한 단 하나의 좋은 점에 정성을 다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진실로 마음의 눈이 밝은 사람들입니다.”
새로운 한 해를 맞으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새롭게 살자는 결심을 합시다. 주위 사람들을 대할 때 그 사람 안에 있는 좋은 점을 찾아 거기에 정성을 다하는 사람, ‘마음의 눈이 밝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합시다. 그런 사람은 평범한 일상에 숨겨진 선과 아름다움을 찾아내어 기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예수님은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이 행복하다.”(마태 5, 8)고 말씀하셨나 봅니다. 2017년 한 해, 우리 마음의 눈 시력이 높아져서 서로를 소중히 여기면서 ‘소중한 우리’를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2017. 1. 1.
학교법인 가톨릭학원 상임이사 손희송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