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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 딛고 신입생 대표로 ’’입학선서’’
- (서울=연합뉴스) 1급 지체장애를 딛고 21일 서강대 입학식에서 입학생 대표로 입학선서를 하는 박성욱(19)군. 박군은 태어나자마자 척수신경성 근위축증 판정을 받았으나 올해 특수교육대상전형으로 서강대 인문계에 입학했다.
사진은 박군과 부모인 박정주(53)씨 내외. 2011.2.20 <<박정주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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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날아갈 것 같대요. 국문과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작가가 되는 게 꿈이랍니다"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에서 열리는 입학식에서 신입생 대표로 입학선서를 하게 된 박성욱(19)군의 아버지 박정주(53)씨는 신이 난 듯 아들의 기분을 이렇게 전했다.
박군은 올해 특수교육대상전형으로 서강대 인문계에 입학했다.
박군은 지체장애 1급. 말은 할 수 있지만, 팔다리는 모두 쓰지 못한다.
박씨가 34살에 얻은 아들은 태어나자마자 척수신경성 근위축증 판정을 받고 초등학교도 진학하지 못한 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안에 있는 어린이병원학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병원에서 나온 뒤로는 힘겹게 일반학교인 동성중ㆍ고등학교를 다니며 일반학생과 똑같이 공부했다.
평일 5∼6시 학교 수업을 마친 박군이 집으로 돌아오면 가족들이 휠체어 옆에 앉아 책장을 넘겨주며 입시공부를 도왔다.
작가가 꿈인 박군은 대학입학이 결정된 뒤부터 소설 삼매경에 빠졌다. 아버지는 고등학교 내내 입시공부에 매진하던 아들이 대학입학을 앞두고 신나게 소설책을 읽는 걸 보면 뿌듯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쓰리다.
박씨는 "사지를 쓰지 못하니 그저 읽는 게 낙"이라며 "그래도 작가라는 꿈도 있고, 입학해서 동아리 가입할 생각에 벌써 설레 하는 걸 보니 그래도 다행이다 싶다"고 했다.
인문계로 입학하면 1학년은 전공필수과목을 듣고 2학년부터는 국문ㆍ사학ㆍ철학ㆍ종교학과 중 한 학과를 선택할 수 있는데, 박군은 국문과에 가기로 벌써 마음을 굳혔다.
박씨는 "일반학교를 무난히 졸업하고 대학까지 진학한 아들이 자랑스럽다"며 "장애가 있음에도 성격이 밝고 적극적이어서 친구들도 많다"고 자랑을 늘어놨다.
박씨 부부는 서강대학교 사학과 84학번 캠퍼스커플이다. 박군까지 서강대에 입학하면서 명실상부한 ’’서강대 가족’’이 됐다.
박군의 서강대 입학이 아버지의 ’’입김’’ 때문인지 묻자 박씨는 "절대 아니다. 서강대에 장애학생들을 위한 시설이나 프로그램들이 잘 돼 있어서 아들이 선택한 것"이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그래도 아들이 동문이 되니 좋긴 하다"며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이날 입학식의 하이라이트인 박군의 입학선서 때는 아버지가 마이크를, 어머니가 입학선서문을 들어주며 돕는다.
박씨는 "고등학교 때 아들을 몇 번 서강대 캠퍼스에 데려온 적이 있었는데 막상 이 학교 학생이 된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운 모양"이라며 "입학선서를 하면서 자신감을 얻고 다른 학생들과 다르지 않게 대학생활을 잘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chomj@yna.co.kr (끝)